제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살았던 고시원의 21만원짜리 방엔 창문이 없었습니다. 급하게 방을 찾느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요.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문제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습기와 곰팡이는 기본이었고 방에 밴 냄새는 잘 빠지지 않았습니다. 시간 감각이 흐려져서 생체리듬이 깨졌고, 제때 잠들지도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우울해졌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버티다가, 큰 창문이 있는 24만원짜리 방이 공실로 나오자마자 방을 옮겼습니다. 불과 3만원 차이였지만, 삶의 질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제게 햇빛은 다행히 3만원이었습니다. 저는 혼자였고, 보증금 없이 살 수 있는 고시원에서 지낼 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햇빛을 구할 수 있었죠. 좋은 조건에 사는 사람일수록 햇빛은 거의 공짜이거나, 계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햇빛은 너무나 비싸, 감히 꿈꿀 수도 없는 사치품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재단은 유빈(가명)이를 만났습니다. 유빈이는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반지하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고, 결국 등교를 포기해 두 번 유급을 당했습니다.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유빈이는 스스로 어떤 미래도 꿈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유빈이에게 햇빛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유빈이의 햇빛에는 2천만원이라는 비싼 가격표가 붙어있습니다. 유빈이가 엄마와 함께 살만한 집을 구하는 비용입니다. 님에게 햇빛의 가격은 얼마인가요? 제게 햇빛은 고시원 창문 값인 3만원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햇빛이 필요한 유빈이에게, 창문 하나만큼의 햇빛을 열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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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없는 집에서 살면 친구가 생길까요?”
곰팡이 냄새, 축축함, 어두컴컴함… 반지하에 따라다니는 단어들입니다. 언제부턴가 우울증, 따돌림도 달라붙었습니다. 열여덟 살 유빈이가 두 번이나 유급을 당하고 등교를 멈춘 것은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곰팡이 냄새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빈이가 그린 집은 온통 검은색입니다.
어두운 골목 아래, 유빈이는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곰팡이를 가리려 덧댄 하얀 종이, 까맣게 녹슬어 고장난 환풍기, 새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 찢어진 벽지... 햇빛 없는 반지하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유빈이의 몸과 마음 건강은, 곧 여름이 오면 더 위험해집니다. 장마철 폭우에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재단은 2023년부터 자립준비청년이면서 경계성 지능을 가진 미진이(가명)이를 위해 주거안정지원사업과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진이를 전담하고 있는 정주희 멘토는 이런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주거안정지원사업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삶을 정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있기에 청년들이 한 번 더 기회를 얻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미진이처럼 갈 곳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런 지원이 더 확대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