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서울살이 10년은 무주택의 역사입니다. 원룸, 고시원, 옥탑방을 전전했죠. 그 중에서 가장 오래 산 곳은 옥탑방입니다. 가장 마음이 편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난방이 어렵긴 했지만, 바람이 잘 통하고 넓은 마당이 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동네를 바라보면 참 상쾌했습니다.
옥탑방은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형과 함께 살았습니다. 서울에 꿈을 품고 올라왔는데 고시원에서 지내는게 딱해보였나 봅니다. 첫 만남에 바로 룸메이트로 간택당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그 옥탑방은 투룸,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었고 저는 10만원만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고시원보다 훨씬 저렴하고 좋은 환경의 주거지원을 받게 되자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늘어났습니다. 투잡도 뛰었습니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은 잘 쉴 수 있는 공간 덕분이었습니다. 그 형이 아니었다면 빨리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을지도 모릅니다.
집은 자립의 발판입니다. 따뜻한 밥을 먹고 푹 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피워 내일을 살아갈 힘을 채우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위험하거나 비좁은 집은 자립의 발판이 아니라 족쇄가 됩니다. 주거취약계층의 삶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재단은 주거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