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는 창업을 했는데요, 늘 돈이 부족했습니다. 생활비를 줄여야 했고, 가장 줄이기 쉬운 건 식비였습니다. 고시원에 살면서 기본 제공 밥과 김치, 식용유로 거의 매일 김치볶음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일이 잘 풀리면 카레가루를 한숟갈 넣는 사치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매일 같은 밥을 덤덤하게 먹었지만, 그래도 누가 밥을 사줄 때 참 좋았습니다. 저는 그걸 '멀쩡한 밥'이라고 불렀습니다. '결식청년'이라고 누가 놀려도 결식은 아니라고 말꼬리를 잡았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내가 사겠다고 허세도 부렸습니다. 지금도 넉넉하진 않지만 친구나 후배를 만나면 밥은 꼭 삽니다.
오래 먹은 김치볶음밥과 눈칫밥 때문인지 밥을 못 먹는 아동·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자꾸 눈에 밟힙니다. 얼마나 힘들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긴 합니다. 언젠간 스스로 돈을 벌어서 맛있는 밥을 먹고, 먹여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겠지요. 그날이 오려면, 누군가는 그들에게 오늘의 한끼를 챙겨줘야 합니다.
재단은 결식 아동·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건강한 음식과 돌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먼 훗날, 그들도 다음 아이들을 위해 밥을 챙겨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 따뜻한 여정에 님도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