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더죽따인가요, 얼죽아인가요? 지난 봄 잠시 쉬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쉼이 길어져 여름의 한가운데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올여름처럼 긴 장마와 무더위가 반복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두 명 중 한 명은 아이스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 계절에도 저는 더죽따 (더워죽어도 따뜻한 음료)라 아이스 음료는 먹은 기억은 없네요. 시작은 5년 전쯤, 오랫동안 암 투병했던 선배에게서 차가운 음료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그리고 그것이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오래 사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니지만 사는 동안은 건강하자는 주의인지라 그날 이후 아무리 더워도 차가운 음료는 먹지 않게 되었어요. 정신승리인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었다가 식도로 흘려보내면 콧등에 땀이 살짝 나면서 시원해지거든요. 그렇게 주변에 피서법으로 더죽따를 전파했건만 저는 여전히 얼죽아 파(派) 사이에서 홀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님은 어떻게 여름을 보내고 계시나요? 오늘도 얼죽아인가요? 오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서울역 쪽방생수지원 소식으로 얼죽아를 대신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님, 이참에 꼭 더죽따로 바꾸시길요. 꼭이요. 님의 건강은 소중하니까요.